【 앵커멘트 】 국가로부터 전세 사기를 인정 받았지만, 2년 넘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집주인이 돈을 미리 빼돌리고도 전세금을 못 주겠다며 파산 신청을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어떤 사연인지 이한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기자 】 서울 관악구의 한 빌라에 살던 A 씨 등 29명은 지난해 2월 황당한 소식을 접했습니다.
집주인이 2022년 발생한 폭우로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며 대출 이자를 제때 갚지 않아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간 겁니다.
세입자들이 계약 만료 시점에 전세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집주인은 돈이 없다며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 인터뷰 : A 씨 / 전세사기 피해자 - "많이 속상하죠. 평생 직장 다니면서 벌었던 돈인데 한 푼도 받지 못하고 다 날려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 스탠딩 : 이한나 / 기자 「- "집주인이 전세금 25억 원을 변제할 능력이 없다며」 회생 법원에 파산과 면책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 그런데 법원 판단 이후 피해자들은 수상한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전세금이 없다던 집주인의 통장에서 약 10억 원이 다른 곳으로 인출됐다는 겁니다.
세입자들은 전세금 면책이라도 막자며 법원에 이의신청서를 냈고, 이후 국토부로부터 피해자로 인정받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재판부가 수사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팔짱을 끼는 사이, 경찰 역시 9개월째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은 탓입니다.
▶ 인터뷰 : B 씨 / 전세사기 피해자 - "믿었던 건 경찰밖에 없었는데…. 파산 관재인도 형사처벌이 돼야지 진행이 된다는 식으로 얘기하시니까.
" 전문가들은 개인 회생을 위한 파산제도가 자칫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 김태근 / 변호사 - "다수의 전세사기 피해자를 발생시킨 임대인에 대해 채무 면책 허가 결정을 하는 것은 개인 파산 절차를 악용하는 것으로…."
지난해 서울에서 전세 사기로 피해를 본 이들은 4천여 명, 피해 금액만 5천억 원이 넘습니다.
MBN뉴스 이한나입니다. [lee.hanna@mbn.co.kr]
「영상취재: 김진성 안지훈 기자 영상편집: 최형찬 그래픽 권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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