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사기 수법… 피해는 오롯이 세입자 몫
임차인을 울리는 전세사기 수법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엔 중증 치매 환자 등의 명의를 빌려 전세사기에 악용하는 사례까지 등장해 주의를 끌고 있다.
월세·전세 사기 피해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임차인).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뉴스1
정상적인 의사 판단을 할 수 없는 이들에게 임대인 자리를 떠넘기는 방식의 신종 전세사기 의심 사례가 발생했다고 국민일보가 7일 단독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에 거주 중인 임차인 A 씨는 이런 사기 피해를 당했다.
A 씨는 현재 거주하는 빌라에 2022년 입주, 당초 임대인 강모씨와 전세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임대인은 전세 계약 후 곧바로 매매 계약을 진행했고, 다른 사람에게 집을 넘겼다.
임차인인 A 씨는 별도의 안내를 받지 못했고, 2년 가까이 이 사실을 모른 채 살았다. 그러다 계약기간 만료를 앞둔 최근 그는 임대인이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됐다. 한 요양보호소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으면서다.
A 씨에게 전화를 건 보호소 측은 "임대인이 중증 치매 환자"라며 "현재 요양원에 있다"고 알렸다. 또 "(요양보호소에 있는 현 임대인이) 전 임대인에게 속아 임차목적물 매매계약서를 작성했고, 소유권이 (현재 임대인에게) 넘어온 상태"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전세 사기 피해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금 미반환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서울 전지역 사고 중 41%, 737건·2022년 11월 기준)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 밀집 지역 / 뉴스1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A 씨는 경찰서를 찾았고, 경찰 수사관으로부터 "전 임대인 강 씨가 (전세 사기 사건으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됐다. 강 씨는 치매 증상이 나타난 지인을 속여 원룸 보증금을 가로채는 등 혐의로 구속됐고,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형을 확정받은 상태였다.
A 씨는 이달 말 빌라 계약이 만료되지만, 임대차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기간 만료 전에 임대차계약 해지 의사를 임대인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임대인과 직접 소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법적 효력이 있는 '의사표시 공시송달'을 통해 계약 연장 의사가 없음을 증명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법원이 현재 임대인 주소지가 요양원인 점을 이유로 공시송달 자체를 기각시킨 탓이다.
계약 기간이 만료 전엔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워 전 임대인 강 씨에 대한 고소도 아직은 할 수 없다고 한다.
A 씨는 결국 임대차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사람은 소송비용 지원, 경·공매 대행 등 법적조치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