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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사기 무사고라더니, ‘폐차급 수입차’ 3900만원에…차라리 ‘갓성비’ 사고車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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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03-1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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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없는’ 중고차는 없다
무사고에 혹했다 혹붙는다
‘싸고 좋은 사고차’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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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고차량을 선호하는 소비자 심리를 악용해 사고차(침수차 포함)를 속여 파는 악덕 딜러들이 많다. [사진출처=매일경제DB] 


#A씨는 그랜저 값에 수입차를 타고 싶어 중고차 매물을 수시로 확인했습니다. 마침내 가격도 상태도 딱 맞는 아우디 차량을 발견했습니다. 그것도 무사고 차량입니다. 딜러가 제시한 서류에도 문제가 없어 기꺼이 3900만원을 주고 구입했습니다.
횡재했다고 여긴 A씨의 기쁨은 며칠 뒤 끔찍한 악몽으로 변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변속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서비스센터에서는 차량이 대형사고로 심하게 파손돼 제 기능을 못하는 ‘전손차량’이라고 알려줬습니다. 


참 질기기도 질긴 중고차시장 고질병입니다.

있지도 않은 매물로 소비자를 유혹해 강매하는 허위 매물과 함께 중고차 시장의 신뢰를 해치는 대표적인 사기 행각이 사고차 속여 팔기입니다. 사면 물먹는 침수차도 사고차에 해당하죠.

소비자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건수를 통해서도 사고차 사기판매의 심각성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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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를 앞둔 사고차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1년 3월까지 접수된 중고차 관련 소비자피해 사례는 455건에 달합니다.

차량 성능·상태 불량이 207건(45.5%)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구매자에게 더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는 사고 정보 및 침수차 고지 미흡은 52건(11.3%)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이 ‘사고차 노이로제’에 걸리는 게 당연할 정도죠. 노이로제에 시달린 나머지 차종, 가격, 외관, 실내, 옵션(사양) 등이 모두 마음에 들더라도 사고가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계약을 꺼려합니다.

문제는 전문가도 사고차를 완벽히 가려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딜러든 개인이든 판매자는 좀 더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사고 규모를 축소하거나 속이는 경우가 많아서죠.

자동차 정비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동차 전문가조차 진단기계를 사용해 공들여 점검하지 않는 이상 속을 정도로 겉으로는 멀쩡한 사고차도 많습니다.

‘사고차=문제차’ 아냐, 역발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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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차는 속아 사지 않으면 돈 아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출처=매일경제DB] 


소비자 등치는 데 귀신인 중고차 악덕 딜러들은 ‘무사고차만 찾는 소비자’를 좋은 먹잇감으로 여깁니다.

‘무사고’라는 말로 소비자를 쉽게 유혹할 수 있고 사고차보다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어서죠. 결국 사고차를 사지 않으려다 오히려 사고차에 당하게 됩니다.

여기에 사고차를 속아 사지 않을 힌트가 있습니다. 역발상입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사고차를 사면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적습니다.

사실, 소비자들의 생각과 달리 모든 사고차가 문제차는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사고가 아니라 사고 이력을 속이는 것에서 발생하죠. 중고차 딜러나 판매자가 사고 여부만 제대로 알려준다면 선택은 소비자 몫입니다.

또 사고 유무보다는 사고 정도와 사고가 차 성능에 미친 영향이 더 중요합니다. 게다가 현재 시중에 나온 중고차 대부분은 크고 작은 사고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완전 무사고차는 찾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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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점검 [사진출처=매경DB] 

무조건 무사고차만 고집할 경우 중고차를 제때 사기 어렵고, 찾는 소비자가 많은 만큼 시세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구매자가 프레임(뼈대)이 손상되지 않은 사고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경우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매력적인 중고차를 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집니다. 애물단지가 보물단지가 될 수도 있죠.

딜러들이 범퍼나 도어 등을 교체하거나 판금·도색한 차량을 무사고차로 말하거나 일부 악덕 딜러들이 수리차를 무사고차로 속여 파는 것도 정비기술 발달로 웬만한 사고는 흔적도 쉽게 없앨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딜러가 악용만 하지 않는다면 무사고차에 버금가는 성능을 발휘하도록 수리할 수 있는 가성비(가격대비성능) 높은 사고차도 많습니다.

가성비 높은 사고차 고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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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사고 진단 요약서 [사진출처=케이카] 

사고차는 잘만 고르면 품질도 괜찮고 돈도 많이 아낄 수 있습니다. 뼈가 손상되지 않은 사고차가 대표적이죠.

범퍼, 펜더, 도어, 트렁크 정도만 교체됐다면 차 운행에 지장을 받지 않습니다. 이런 차는 무사고차보다 가격이 싸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입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구입 예산이 한정돼 있다면 가격이 좀 낮은 차를 사고 남은 비용으로 소모품을 교환할 수도 있습니다. 중고차 시장에는 소모품 교환 주기가 다 된 차들이 많기 때문이죠.

소모품을 바꿔주면 차 상태가 좋아져 스트레스 받을 일이 줄고, 정비비용은 물론 기름 값도 아낄 수 있습니다.

사려는 차의 연식을 1년 정도 줄이면 중형차 기준으로 50만~100만원은 쉽게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 비용이면 타이어, 벨트류, 오일류, 배터리 등 소모품을 모두 교체하고도 돈이 남습니다. 1년 정도 연식이 짧은 차보다 차 상태가 훨씬 좋아지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사고차를 등한시하지 않는다면 불법 호객꾼에게 사기당할 위험이 크게 줄어듭니다.

돈 아껴주는 사고차, 안전하게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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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진단 장면 [사진출처=엔카닷컴] 


사고차를 무턱대고 사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안전·알뜰하게 구입하려면 무엇보다 정보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 자동차보험으로 처리된 사고를 파악할 수 있는 보험개발원 카히스토리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단,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에 오류가 많고 카히스토리는 자동차보험이 아닌 자비로 처리한 사고는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사고에 대해 서로 다르게 판단하는 ‘동상이몽’이 있다는 점도 감안, 보조 확인 수단도 활용해야 합니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에서 자동차등록원부를 보면 차량번호와 소유자 변경 내역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번호판이 교체되고 소유자가 짧은 기간에 여러 번 바뀌었다면 사고 여부를 더욱 세심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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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히스토리 [사진출처=보험개발원] 


판매자가 사고차가 아니라고 주장하더라도 정비 이력은 반드시 파악해야 합니다. ‘자동차365’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정비 이력은 물론 검사 이력, 침수 여부, 사고 이력 등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딜러가 무사고차 또는 거의 무사고차에 가까운 수리차라 하더라도 진짜 사고가 없었는지, 사고가 있었다면 어디를 어느 정도 수리했는지 꼼꼼하게 확인해봐야 합니다.

딜러가 보는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녹화·녹음해두면 사기 가능성을 좀 더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도 특약 사항에 “판매업체가 알려주지 않은 사고(침수 포함) 사실이 나중에라도 밝혀지면 배상한다”는 내용을 넣어둡니다.

딜러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려준 게 확인되면 자동차관리법 제58조3항(자동차관리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에 따라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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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365 [사진출처=사이트 캡처] 

결론을 겸해 사족을 달겠습니다. 세상에는 상처없는 사랑도 사람도 차도 없습니다.

상처 많은 세상에서 상처에 집착하면 판단력이 흐려집니다. 반대로 상처에 얽매이지 않고 ‘치유’를 중시하면 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사기꾼들에게 당하지 않고 갓성비(god+가성비) 중고차를 살 수 있습니다.


최기성 기자

  

gista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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